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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맺는 하루 <제주 일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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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해질 무렵 석양 빛을 받은 제주섬은 그야말로 숨막히게 아름답다. 모든 계절의 석양이 아름답지만 가을 노을은 바람이 주는 쓸쓸함이 덧대어져 더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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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를 장식하는 일몰 명당제주에서 맺는 하루 <제주 일몰 여행>

괴테는 아무리 아름다운 무지개가 떠있더라도 15분이 넘도록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에서 만나는 석양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석양빛을 받은 제주섬을 바라보고 있으면, 오케스트라 절정의 순간이 귀가 아닌 눈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되어 들려지는 듯해 숨이 막힐 듯 벅차다. 제주 여행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일몰의 시간, 석양을 바라보며 산록도로를 달려 서쪽 바다로 떨어지는 태양을 만나보자. 가을 노을은 바람이 주는 쓸쓸함이 덧대어져 더 아름다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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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향연을 보며 달리는 길,한남리 산록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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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록도로는 ‘산기슭에 난 길’이란 이름 그대로 푸른 숲을 장쾌하게 가로지른다. 좌우로는 마치 도열하여 시립 한 궁정 관료 같은 초록 나무들이, 앞뒤로는 시리도록 파랗고 높아, 보고만 있어도 아찔한 하늘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길 전체가 전망대나 다름이 없다. 간혹 차를 타고 가면서도 어느 샌가 걸어서 산책을 하는 듯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한남리 구간은 해 질 무렵 달리면 훌륭한 경관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구름 사이로 내리쬐던 빛들이 점차 짙은 분홍빛을 띠었다가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뿐 아니라 나조차도 물들어 그 풍경 속에 동화되는 것만 같아서 행복해진다. 멀리까지 줄지어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이 마치 하늘을 담은 액자처럼 보여 황홀함을 더한다. 바닷가에서 보는 노을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하늘의 향연이 오직 차 안에 있는 우리만을 위한 것처럼 근사하다. 이제 그 길을 달려 해가 지는 제주 서쪽 바다를 만나보자.

구간 :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1654 ~ 한남리 산 11-4 구간


풍차가 돌아가는 노을 풍경,신창 해안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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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도로는 산기슭에만 있는 것이 아니듯, 제주의 매력 또한 산 자락의 도로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주의 매력은 산을 넘고 해안도로에 도달했을 때 완성된다. 제주의 해안도로는 어디나 아름답지만 일몰 무렵 최고의 코스는 신창 해안도로다. 신창 풍차 해안도로라고도 부를 만큼 풍차가 있는 바다 풍경으로 유명한데, 노을 지는 풍경 속에 풍차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거대한 거인이 오랜 세월 바다 건너편의 누군가에게 하염없이 손짓하고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 경관이 워낙 아름다워 드라마나 영화, CF의 단골 촬영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다. 드라이브하며 감상만 해도 마냥 좋지만 여유가 있다면 잠시 내려 보길 권한다. 바다 위로 놓인 산책로를 따라 신창 등대까지 가볍게 걸어갔다 올 수 있다. 해안에는 물고기 조형물을 설치해 두었는데 이것이 석양빛을 받으면 영롱한 빛을 낸다. 썰물 때라면 인근의 원담도 둘러보자. 원담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제주 전통의 고기잡이 방식인데 보말과 작은 물고기들을 잡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원담 주변에 서서 보는 그 장면 속엔 무언가 아련하고도 구수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차귀도 옆으로 해 떨어지는 풍경,자구내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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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안 도로의 일몰은 도시의 삶 속에서 죽어 있고 찌들어 있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성과 감정들을 이끌어낸다. 자구내 포구 역시 제주 최고의 일몰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신창 해안도로에서 수월봉으로 향하는 길 위에 있으므로 신창 해안도로~자구내 포구~수월봉으로 동선을 잡으면 가장 좋다. 이곳엔 제주의 가장 큰 무인도인 천연 기념물 제422호로 지정된 차귀도가 바라보이는데, 사람이 살지 않아 어쩐지 고독해 보이지만, 알 수 없는 든든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섬 이름에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진다.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이 섬에서 나타날 것이란 말에 중국인 호종단이 섬의 수맥과 지맥을 모조리 끊고 돌아가려 했는데, 매가 나타나 그가 돌아가는 길을 막았다고 해서 차귀도라 이름 붙여졌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차귀도의 모습이 어쩐지 매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넘어가는 해가 매의 부리 즈음에 다다를 때 일몰의 아름다움은 극에 달한다.


넓은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 풍경,수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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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신창 해안도로를 달려 자구내 포구와 수월봉에 이르는 길은 해 질 무렵 어디라도 카메라만 갖다 대면 최고의 사진이 나오는 명당이다. 수월봉의 억새들 사이로 지는 해는 사진으로는 도저히 남길 수 없고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 마치 신이 현세에 강림하는 순간인 듯한 그 장면은, 두말없이 단 한 번이라도 직접 보고 기억에 남기기를 권한다. 사실 지금까지 소개했던 해안도로들은 전부가 이렇게 눈에 담기에, 오감으로 느끼기에 소중하다. 신창 해안도로에서는 풍차가 돌아가는 노을 풍경을, 자구내 포구에서는 차귀도 옆으로 해가 떨어지는 풍경을, 그리고 수월봉에서는 넓은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약간의 특색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전체 구간이 10km 조금 넘어 차로는 20분 안팎이면 모두 섭렵할 수 있으므로 한꺼번에 둘러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수월봉 전망대에 서면 지금껏 밟아 온 신창 해안도로와 자구내 포구, 차귀도가 한눈에 정리된다. 발 아래로는 세계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해안 절벽이 위용을 뽐내는데 찬찬히 살펴보고 싶다면 수월봉에서 자구내 포구로 이어지는 해안길인 ‘엉알 해안산책로’를 이용하면 된다.


금능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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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리 산록도로는 일부러 찾아가기 번거롭고, 신창 해안도로에서 수월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일일이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마치 하와이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금능해수욕장이 좋은 대안이다. 바로 옆 협재해수욕장에 비하면 조금 더 한산한 경우가 많다는 것도 금능해수욕장이 가진 장점이다. 모름지기 맛있는 음식과 노을은 차분하게 즐겨야 하는 법이니까. 조용히 하얀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태양을 마주하다 차라리 눈이 멀어 버려도 좋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체릿빛, 보랏빛으로 시시각각 색을 바꾸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빛이 눈에 그대로 담기는 듯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윽고 해가 어둠속으로 잠들고 황혼이 지면 저만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비양도에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며 낭만적인 제주의 밤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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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정보는 2022-03-07 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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