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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용천수가 많이 솟고, 지하 층에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수성응회암이 널리 분포하여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폭포가 많다. 그런 서귀포 폭포 중에서도 규모나 경관 면에서 단연 으뜸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 있으니, 천지연 폭포가 바로 그곳이다. 천지연은 하늘과 땅이 만나 이루어진 연못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폭포의 길이 22m, 그 아래 못의 깊이가 20m로, 가히 하늘과 땅이 만나는 연못이라 불린다.
천지연 폭포 서남 쪽에는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등 상록수와 난 종류가 울창하게 우거져 난대림을 이루는데, 한여름에도 시원하며, 현무암으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모두 편안히 자연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이 숲에 자생하는 담팔수나무는 이곳이 그 북방 한계선으로써 천연기념물 163호로 지정되었고, 난대림 자체도 천연기념물 37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따라서, 벌목, 식물채집, 야생동물 포획이 엄격히 금해진다.
폭포가 떨어지는 깊이 20m의 못 속에는 무태장어가 서식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무태장어는 바다에서 산란하고 하천이나 호수로 돌아오는 회유성 어류이다. 낮에는 하천이나 호수의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밤에는 얕은 곳으로 나와 먹이를 잡아먹는데, 큰 것은 길이가 2m, 무게가 20㎏에 이른다. 천지연 폭포가 무태장어 서식분포의 북방한계선이기 때문에 천연기념물 27호로 지정되었다. 이쯤이면 천지연폭포는 '천연기념물의 보고'라고 부를 법하다.
산책로 끝에 위치한 천지연폭포는 오후 10시까지 야간개장을 하는데, 밤에 보는 폭포의 모습도 장관이다.
천지연 폭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옛날 이조 중엽 쯤 일이다. 이 마을에 얼굴이 어여쁘고 마음이 고우며 행실이 얌전하다고 소문이 난 한 여자가 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순천이었는데 동네 총각들은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러한 총각 중에 명문이도 끼어 있었다. 그러나 순천이는 열아홉 살이 되자 부모님이 정해준 대로 이웃 마을 법환리 강씨 댁으로 시집을 가버리고 말았다. 마을 총각들은 서운해 했고 그중 명문이는 그 후로부터 형편없는 생활을 하였다. 한편 시집을 간 순천은 요조숙녀로서 여자의 도리를 다하는 가운데 화락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가을 순천은 술과 떡을 마련하고 친정나들이를 떠났다. 그 모습을 본 명문이가 서귀포에서 법환으로 이르는 천지연 입구에서 그녀가 돌아가는 것을 기다렸다. 날이 어두워질 쯤 순천이는 친정집을 나서 천지연 폭포 바로 위에 이르렀을 때 명문이가 불쑥 나타나 순천의 손을 잡으며 같이 살자고 한다. 순천은 사태의 급박함을 느끼고 소리친다고 했지만 명문은 누구라도 이 일을 방해한다면 같이 폭포를 뛰어내려 죽겠다고 했다. 그때 우르릉 소리와 함께 바로 아래 천지연 물에서 교룡이 솟구쳐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명문이를 낚아채고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순천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깜빡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깨어났다. 교룡의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을 자기 주위로 돌렸을 때, 자신의 발밑에 있는 여의주를 발견하였다. 그녀는 그 여의주를 가지고 밤길을 걸어 시집으로 돌아왔다. 여의주를 몰래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모든 일이 잘되기만 하였다. 모들 일이 형통하자 그 집안에서나 일가에서는 이 모든 일이 며느리 덕이라고 칭송이 자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