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민속

본도와 제주는 자연과 문화, 언어 등이 다르다.
제주에는 “당”과 “굿” 이라는 무속신앙이 독특한 문화로 남아 보전되고 있다.

굿하는 사진1
당. 마을을 수호하는 신(神)이 사는 집
제주에는 마을마다 신들이 거처하는 장소인 당(堂)이 있다. 마을을 수호하고 모든 일을 관장하는 신을 모신 성소이며 제사장소다. 마을의 설촌 역사를 간직한 본향당,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을 돌보는 일뤠당, 해녀와 어부들의 바다일과 관련된 돈짓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떤 마을은 7~8개소까지, 최소한 한 개소 이상은 지니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아직도 400여 개소의 당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 구경을 하고 싶다면, 어느 마을이건 그 마을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조용히 둘러볼 것.

굿. 1만8천 신들과 인간이 만나는 축제
무격(巫覡)을 둘러싼 주술종교의 모든 민속인 '무속(巫俗)'은 우리 민족의 고유 신앙이며 우리 민족문화의 근원을 밝히는 중요한 자료다. 1만8천 신들의 고향답게 제주에는 풍부한 무속이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무속이 바로 '굿'이다. 굿을 집행하며 신과 인간의 매개 역할을 하는 '무당'을 제주에서는 '신방'이라 부른다. 신방들이 하는 의례는 기회나 규모, 형식 등에 따라 일반굿과 당굿, 비념 등으로 나뉜다. '일반굿'은 가정에서 생사, 질병, 생업, 계절 등을 관장하는 신들을 청해 축원하는 가제(家祭)이고, '당굿'은 마을을 수호하는 당신에 대해 마을사람들이 합동으로 당에서 하는 마을제다.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굿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된 칠머리당영등굿이다. 제주시 건입동 칠머리당에서 마을 수호신인 본향당신을 모시고 마을사람들이 하는 당굿이며, 영등굿인 칠머리당영등굿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되어 그 진가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소중하고 귀한 굿이 매년 음력 2월 1일과 14일에 사라봉 어귀에 자리 잡은 칠머리당에서 치러지고 있으나 일부러 시간 내어 동참해볼 만하다.
굿하는 사진2굿하는 사진3
신구간. 신화가 살아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풍속
신들의 고향이라 불리는 제주섬에도 신들이 자리를 비우는 유일한 기간이 있다. 바로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 후 4일부터 첫 절기인 '입춘' 전 3일까지의 8일 동안이다.
제주에서는 그 기간을 '묵은 철과 새 철의 사이'라는 뜻의 '신구간(新舊間)'이라 부른다. 24절기, 곧 음력이 아니라 양력에 토대를 둔 것이니 매년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가 그 기간이다. 제주에서는 신구간에 지상의 모든 신들이 천상으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1년 동안 인간세계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결산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신들이 없는 신구간에 평소에는 동티날까 두려워 못했던 이사, 집수리, 변소개축, 이장 등을 해도 괜찮다는 것. 그 속신이 아직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어 제주에는 신구간에 집수리를 하거나 이사하는 집이 많다.

포제단. 제주에서 마을별로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제를 벌이는 곳
마을 남성들이 주관하여 유교식으로 거행하는 마을제를 포제라 하고, 이 포제를 행하는 장소가 바로 포제단이다. 여성들이 주관하는 무속제의인 당굿도 병존하고 있다.
당굿과 포제는 원래 하나였던 것인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유교식 의례가 도입되면서 남성 주도의 포제로 분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