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의식주 문화는
특별합니다

제주도의 자연과 독특한 생활문화가 깃들어 있는 전통 살림집, 각종 생활도구들과 음식
그리고 전통 의복에 이르기까지 제주만의 빛깔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 갈옷입고 일하는 사진
  • 해녀 복장 사진
  • 정당 모자 사진
의(衣)
갈옷
풋감을 즙으로 만들어 염색한 옷, 처음에는 황토빛을 띠며 뻣뻣하지만 입을수록 갈색이 되고 부드러워진다. 더러움이 덜 타고 땀이 배지 않아 노동복으로 그만이었다.
물옷
1970년대 초기 일본에서 검은 고무옷이 들어오기 이전에 제주 해녀들이 물질할 때 입던 옷. 상의인 물적삼, 하의인 물소중이, 머리에 쓴 물수건이 포함된다.
정당모자
야산에서 자생하는 댕댕이 줄기로 만든다. 모자골은 사용자의 머리에 맞게 하고, 갓은 비교적 넓게 만들어 해를 많이 가릴 수 있도록 했다. 주로 목자나 농부들이 사용하였다.
  • 흑돼지 돔베고기 사진
  • 갈치국 사진
  • 전복구이 사진
식(食)
흑돼지
제주도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딜 가야 맛있는 흑돼지를 먹을 수 있을지 우왕좌왕 하기 마련. 이러한 상황에 한 가지 명쾌한 해답을 내리자면 바로 '아무 데나' 찾아가라는 것이다.
제주의 흑돼지 음식점은 어딜 가나 맛있으니까. 흑돼지 구이는 멸치로 만든 젓갈인 '멜젓'에 찍어 먹으면 맛이 더욱 좋아진다. 고기의 기름진 느끼함을 없애줌과 동시에 입맛을 돋운다.
꿩요리
제주는 꿩이 많아 꿩요리 종류가 다양하다. 가을 꿩을 최고로 치는데 회로도 먹고 육포로도 만들어 먹는다. 꿩의 가슴살을 얇게 저며 샤부샤부로 먹는 꿩토렴은 별미이다.
제주산 메밀과 꿩 육수가 어우러진 꿩메밀국수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에 비해 소화가 잘 되고 담백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꿩만두국은 기름기 없이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말요리
말요리는 옛날에 왕의 수라상에 진상되었던 최고급 음식이었다. 마육회, 마초밥, 탕수육, 갈비찜, 생구이, 불고기 등의 다양한 요리로 응용된다.
말고기는 소고기보다 담백하고 살코기를 비롯해 내장이나 생간 등 부위별 맛도 다양하다.
고기국수
제주도에는 고기국수집이 흔하다. 고기국수는 뽀얗게 우려낸 육수에 면을 넣고, 삶은 돼지고기를 얹은 뒤, 입맛에 따라 청양고추와 고춧가루, 후춧가루 등을 넣고 먹으면 된다.
두툼한 중면에 수육까지 함께 먹으니 한 그릇 만으로도 속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고기국수는 해장용으로도 인기가 좋지만 술을 부른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다.
얼큰한 국물을 마실 때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것처럼 시원하면서도 배지근한 고기국수 국물에는 술이 술술 들어간다. 제주도 지역 소주인 한라산과 함께 먹는다면 금상첨화다.
성게국
성게국은 미역을 참기름으로 살짝 볶은 후, 성게와 오분자기를 함께 넣고 끓인다. 소금으로 간을 하면 성게알은 노란빛을 더하고 순두부처럼 엉겨 달짝지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난다. 제주에서는 성게를 '구살'이라 불러 구살국이라고도 한다.
제주도에서 가장 흔한 생선 중 하나인 황돔은 저렴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육지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생선이니 꼭 한 번 먹어보자.
황돔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것으로는 회 중의 회라 불리는 갓돔이 있다. 일년 중 12~3월까지가 가장 맛있는 때로 봄이 시작될 즈음에 가장 물이 오르는 옥돔, 6~8월까지가 제철이고 씹히는 맛이 부드러우며 감칠맛이 나 여름에 사랑 받는 한치, 9월부터 10월 말까지가 제철인 방어, 낚시로 주로 잡히는 어종으로 12~3월에 가장 맛있는 횟감의 하나인 벵에돔 등도 제주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다.
물회
4월 중순에서 5월 초에 많이 먹는 별미 물회, 자리물회, 해삼물회, 소라물회, 한치물회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재료가 싱싱한데다 맛도 뛰어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골라 먹기만 하면 된다. 조리방식은 주로 미나리, 배, 오이, 깻잎, 풋고추 등의 채소를 얇게 썰어서 해산물과 함께 갖은 양념으로 무친 후, 물을 붓고 얼음을 띄운다.
해산물을 모두 먹고 남은 양념에 공기밥 한 공기를 슥슥 말아먹는 것도 맛있다.
갈치요리
제주도에서 갈치를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싱싱한 회로 즐길 수 있다. 갈치회는 비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천만의 말씀. 씹는 맛이 좋고, 고소해 인기가 좋다.
다음으로 많이 먹는 방법이 조림이다. 싱싱한 갈치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제주도의 매운 고춧가루로 양념한 조림은 밥에 쓱싹쓱싹 비벼 먹어도 맛있다.
갈치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구이가 좋다. 좀 더 특이한 맛을 원한다면 갈칫국에도 도전해보자. 맑은 국물에 늙은 호박을 넣어 끓인 갈칫국은 매운 고추와 어우러져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 마지막으로는 갈치젓이 있다. 뜨거운 밥 한 술에 갈치젓 한 점 얹어 먹으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고등어
고등어는 DHA와 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염장하여 자반으로 말려 사시사철 즐겨 먹을 수 있지만 제철의 싱싱한 조림과 구이가 최고.
직접 불에 구우면 자체적으로 기름이 베어 나와 윤기가 흐른다. 그 풍부하고 깊은 맛이 가히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분자기
제주도 해산물의 으뜸은 단연 '오분자기'일 것이다. 오분자기는 전복과의 연체동물로, 수심 20m의 바위에 붙어 산다. 우리나라에서 어획하는 오분자기의 약 70% 정도를 제주도에서 채취하고 있으며, 칼슘 및 철분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B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구워서 먹거나 된장찌개, 죽의 재료로도 많이 사용하며 젓갈을 담가 먹기도 한다.
전복
'바다의 산삼'이라 불릴 정도로 영양이 풍부한 전복은 특히 제주에서 많이 채취된다. 전복을 회로도 많이 먹지만 죽, 뚝배기, 삼계탕, 각종 찌개류에 들어가면 고급요리가 된다.
전복을 얇게 썰어 참기름에 살짝 볶은 후 물에 불린 쌀을 넣어 끓인 전복죽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
소라
소라는 어류보다 단백질이 풍부하며 육질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소라구이는 약한 소금물에 씻은 뒤 통째로 숯불에 구워낸다.
구워 낸 소라를 몸통과 내장을 분리해서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입안 가득 바다향이 번지는 별미 중에 별미이다.
자리젓
제주 근해에서만 잡히고 있는 자리돔을 원료로 하여 염장한 것으로 비늘을 제거하여 먹기에 좋고 맛도 구수하다. 특이한 냄새가 나지만 이 냄새가 좋아서 자리젓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풋고추, 마늘 등 갖은 양념을 곁들이면 밥 반찬으로도 좋다. 통째로 밥 위에 올리면 생선 한 마리를 그대로 먹는 것 같은 푸짐한 느낌을 준다.
멸치젓
멸치젓은 봄 가을에 생 멸치에 소금을 재 만든다. 다양한 방법으로 먹지만 상추나 싱싱한 콩잎에 싸서 먹으면 고기도 필요없이 밥 한 그릇이 뚝딱 사라진다.
한여름에 땀을 흘리고 나서 먹으면 기력 보충에도 좋고 입맛을 돋워 준다.
꽃멸치젓
제주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꽃멸치는 붉은 갈색을 띠며 보통 멸치젓과는 달리 숙성이 되더라도 육질은 거의 삭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가시나 뼈가 없어서 씹히는 맛이 쫄깃하고 부드러워 먹기에도 좋다.
깅이죽
'깅이'는 '게'의 제주어. 5월의 별미인 깅이죽은 깅이를 돌절구에 찧으면 나오는 진한 즙에 물을 넣고 채에 걸러내 국물을 낸다.
불린 쌀을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깅이즙을 넣어 저으면서 서서히 끓여내면 된다. 기호에 따라 소금을 넣어서 먹어도 된다. 뼈에 좋은 칼슘과 키토산이 풍부하다.
문게죽
'문게'는 '문어'의 제주어. 흔히 돌문어를 말한다. 독특한 식감이 있는 제주 돌문어는 회를 쳐서 먹기도 하고 양념 조림이나 죽을 만들기도 했다.
문게죽은 소박한 서민 보양음식으로, 내장을 제거하고 손질한 문어를 절구에 찧어서 물에 불린 쌀과 함께 참기름에 볶은 후 물을 부어 끓이면 된다.
이때 칼로 다지지 않고 절구에 찧음으로써 껍질의 붉은 색소가 배어나면 씹히는 느낌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조개죽
고소하고 담백하며 뒷맛까지 개운해 다른 밑반찬이 필요 없는 조개죽은 조개가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가장 맛이 좋은 여름에 먹어야 제맛이다.
빙떡
빙빙 마는 떡이라 하여 빙떡이라고 부른다. 고운 메밀가루를 반죽하여 얇고 둥글게 전을 부친 후 무, 당근, 파, 소금, 참깨가루, 참기름 등을 골고루 섞어 소를 만들고 전 위에 올려놓아 둥글게 말면 빙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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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主)
정낭과 올레
제주 전통민가의 구성은 '올레'로부터 시작된다. 올레 입구에는 '정낭'이 놓였다. 정낭은 올레 입구에 가로질러 놓는 세 개의 통나무다. 올레 입구 양 편에 세워져 정낭을 끼우는 돌기둥은 '정주목'이다.
정낭은 원래 말과 소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주에는 마소를 방목해온 전통이 있는데, 길에서 어슬렁거리던 마소들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정낭이 필요했던 것이다.
문을 만들지 않고 통나무를 이용한 것은 바람 때문이었다. 정낭은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태풍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통나무는 왜 세 개였을까? 집주인과 손님사이에 정보를 교환하는 신호였다. 세 개가 다 걸쳐져 있으면 집주인이 종일 외출 중이라는 뜻이고, 두 개가 걸쳐져 있으면 좀 긴 시간 외출했다는 뜻이며, 한 개만 걸쳐져 있으면 잠깐 외출했다는 뜻의 신호로 삼았다. 올레는 집에 따라 그 길이가 짧거나 길기도 한데, 곧바르거나 휑하지 않고 곡선으로 구부러지며 넓어지거나 좁아지기도 하는 등 형태가 다양했다.
제주는 바람이 잦은 섬이다. 거친 바람도 곡선으로 성글게 쌓은 올레돌담을 지나노라면 한풀 꺾여버린다. 올레가 있어 집 내부가 쉽게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올레는 바람과 외부 시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정낭과 올레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오직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주거경관이다.
초가
제주의 초가 역시 오직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민가다. 우선 참 강건하다. 외부는 돌담을 쌓고, 벽은 흙을 발라 돌담을 단단히 하고, 기붕은 새(띠)를 덮은 뒤 굵은 밧줄로 바둑판처럼 꽁꽁 얽어놓았다. 비와 바람이 많은 자연환경을 극복하려는 제주선인들의 지혜가 제주만의 초가를 지어낸 것이다. 모두 '자형이라는 것도, 사랑마당과 사랑채가 없는 배치방식도 다른 지방과 사뭇 다른 점이다. 제주민가는 안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와 밖거리가 배치되는데, 안거리에서만 제사용 제주를 보관하고, 제사를 준비하고 지낸다. 아들이 결혼하면 안거리에는 부모세대가 살고 밖거리에는 아들세대가 산다. 그러다 일정기간이 되면 서로 바꿔 산다. 그것은 '제사'의 주체가 부모세대에서 아들세대로 옮겨갔다는 뜻이다. 친족의 일, 부조, 공동재산권, 당에 가는 일 등도 안거리에 사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안거리는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안거리에도 밖거리에도 부엌, 장독대, 통시 등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두 세대가 서로 독립된 생활을 한다. 주거단위로는 한 가족이지만 경제적 단위로는 두 가족인 셈이다.
이처럼 제주민가에는 제주만이 갖는 특이한 가족제도를 비롯해 기후에 대한 대처, 풍수지리, 무속신앙 등 복합적인 문화가 깃들어 있다.
돗통시
제주의 전통측간, 돗통시. 바람과 외부 시선을 막는 낮은 돌담벽만 있고 지붕이 없다. 발 아래서 오물이 튀거나 빠져죽을 염려도 없고 악취도 없다.
그래서 안심하고 시원하게 주변을 조망하며 일을 볼 수 있는 쾌적한 화장실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화장실 기능만 하는 게 아니었다. 돼지우리를 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돗통시 바닥에는 보릿짚을 깔았다. 돼지는 사람의 배설물과 섞인 보릿짚은 자연 발효를 거쳐 제주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기름진 거름이 되었다. 더할 나위 없는 환경정화 공간이자 자연퇴비생산 공간이었던 돗통시 역시 오직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출한 주거문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