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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은 견고한 성으로 둘러싸여 있어 성의 안쪽이라는 뜻의 ‘성안’으로 불렸다. 이러한 원도심 구석구석을 걸으며 옛 도심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제주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성안 올레길’을 걸어보자. 성안 올레는 1,2 코스로 이루어져 있고,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작점은 ‘산지천’ 부근으로 북수구 공영주차장에 주차 후 길을 건너면 올레길의 시작을 알려주는 간세가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올레길의 파란색 간세와 달리, 성안 올레 간세는 노란색이다. 건물 벽이나 전신주에 붙어 있는 성안 올레 표지를 따라 걸으며, 원도심에 남아 있는 제주의 역사와 제주인의 삶을 느껴보자.

코스는 산지천을 출발, 마을의 평안과 어로활동의 안전을 기원하는 석불 ‘동자복’, ‘건입동 벽화길’,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도 포함된 ‘산지등대’, ‘운주당지구역사공원’ 등을 지나 다시 산지천으로 돌아온다. 향토 유형유산 제26호로 지정된 ‘운주당지구’는 조선시대 군사지휘소 역할을 하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자.

2코스도 산지천에서 시작하여, 탑동광장, 전염병과 같은 질병을 막아주는 미륵불 ‘서자복’, 용이 살았던 연못 ‘용연’, 제주도에 유배되거나 방어사로 부임하여 교학 발전에 공헌한 다섯 사람, 오현(五賢)을 기리기 위한 제단인 ‘오현단’ 등을 지나 산지천으로 돌아오게 된다.

1, 2코스 모두 역사와 문화, 제주의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니, 알차게 즐겨보자. 

▶주소 : 제주시 일도일동 1230-3

▶코스정보

[1코스]  산지천 - 동자복 - 건입동벽화길 - 산지등대 - 사라봉 - 모충사 – 두맹이골목 - 운주당지구역사공원 - 제주동문시장 - 산지천 

[2코스] 산지천 - 탑동광장 -  서자복 - 용연구름다리 - 무근성길 - 관덕정 - 오현단 - 제이각 - 제주칠성로상점가 - 산지천

산지천을 따라 걷다 보면 W360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나게 된다. W360은 옛 제주지방기상청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탄생한 공간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별자리를 관측하고, 세운(한해 운세)을 기원했던 정자 ‘공신정’이 있던 장소이기도 하다. W360은 새로운 바람이 부는 곳 (Wind), 서로 연결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곳 (Watch),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곳 (Wish)이란 뜻과 함께 360도 한계를 두지 않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W360은 혁신 창업 기업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되어 지역 청년과 스타트업들이 창업 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입주 기업들이 이용하는 입주실, 창업자들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협업 공간, 미팅룸 등이 마련되어 있다. 지역 기반 혁신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컨퍼런스 및 행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각 공간은 ‘W’자 형태의 별자리인 ‘카시오페이아’를 구성하는 별의 이름으로 붙여져 있어 재미를 더 한다. 공간마다 설치된 창으로 바라보는 원도심의 풍경 또한 일품이다.

사전 예약이 필요한 공간을 제외, 일부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 편히 들러보자. 

▶주소 : 제주시 동문로9길 13-1 제주지방기상청

빨간색 외관이 돋보이는 ‘아라리오 뮤지엄’. 제주 최초의 복합상영관이었던 ‘탑동 시네마’와 사람들이 찾지 않은 모텔 두곳을 뮤지엄으로 탈바꿈시켰다. ‘아라리오 뮤지엄’은 최소한의 건물 리노베이션과 최소한의 인테리어 철학으로, 기존에 사용되던 건물 구조를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고 살린 공간이다.

원도심에는 총 3개의 아라리오 뮤지엄이 자리하고 있다. ‘탑동 시네마’와 ‘동문모텔I’에는 아라리오 뮤지엄의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고, ‘동문모텔II’에는 구본주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제주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한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동문모텔I’에는 파격적이고 거침없는 작가인 제이크&디노스 채프만 형제의 작품과 현재 사회의 갈등을 우화적으로 전달하는 A.R.펭크의 작품도 자리하고 있다.

‘동문모텔II’에서는 혁명적 낭만주의자, 낭만적 리얼리스트로 불리던 구본주 작가의 유작인 <별이 되다>도 볼 수 있다. 손바닥 크기의 샐러리맨 조각 1천 개가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장관을 연출하는 작품인데, 구본주 작가가 남긴 2개의 조각과 배우자, 동료, 후배들이 만든 998개의 조각으로 완성된 작품으로 의미가 깊다.

작품 뒤로 보이는 벽 구조물이나 낡은 타일, 옥색의 창틀이 예술 작품과 어우러져 묘하거나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것 또한 ‘큐레이터 기획 의도에 따라 연출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공간 또한 놓치지 말자.

▶운영시간 : 10:00 – 19:00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및 전화번호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 제주 제주시 탑동로 14(064-720-8201)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I - 제주시 산지로 37-5(064-720-8202)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II - 제주시 산지로 23(064-720-8203)

성안 올레길 1코스를 지나며 만나는 “공덕동산이야기길”을 소개한다. 이곳은 원래 바위 언덕으로 이루어진 길이었다고 한다. 조선 말기 당시 건입포 주민들이 동문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북문과 동문을 거쳐 우회해야 해서 이동이 매우 불편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동문 밖을 나가려고 이 바위 언덕을 타고 넘어 다니기도 했는데,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위험도 많았고 어두운 밤에는 건너다닐 수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마을의 경민장(마을 관리책임자)이었던 ‘고서흥 선생’은 이를 보다 못해, 일 년 동안 농사를 지어 모은 조 300석을 내놓고 석수와 인부를 사서 도로 개척 공사에 착수하였다.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지혜롭게 이겨내며 길을 개척했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은 고서흥 선생의 공덕에 감사하며, 이 바위 언덕을 공덕동산이라고 부르고 길목에 고서흥 공덕비를 세웠다.

공덕동산이야기길 한쪽 벽면은 제주항의 변천, 사봉낙조, 의인 김만덕 이야기 등 읽을거리가 가득하고, 반대편은 형형색색의 벽화가 있어 보는 재미가 있으니, 놓치지 말자.

▶주소 : 제주시 동문로9길 13-1 W360 입구 좌측길

국물 요리가 생각나는 추운 날씨와 잘 어울리는 곳, ‘적점’. ‘차근차근 쌓이다’는 뜻의 적점은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산지천 주변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마니아층을 쌓고 있다. 낮에는 쌀국수, 밤에는 다양한 아시아 음식과 주류를 판매한다. 오픈형 주방으로 되어 있어, 메뉴를 만드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베트남 분위기 가득한 인테리어 덕분인지 마치 베트남에 여행 온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쌀국수이다. 고기를 좋아하고 든든한 메뉴를 먹고 싶다면 ‘고기 많지 쌀국수’를 추천한다. 이름처럼 많은 양의 고기가 들어가 있다. 6시간 이상 끓인 진한 육수에 부드럽게 삶아 낸 고기가 듬뿍 올라가 있어 부족함이 없다. 잘게 찢어 낸 고기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데, 국물과 같이 먹어도 좋지만 고기만 따로 소스에 찍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낸다. 밥에 구운 흑돼지구이와 계란프라이, 채소를 올려 먹는 베트남식 고기덮밥인 ‘껌승’도 인기 메뉴이다.

매일 준비된 재료가 소진되면, 영업을 마감하니 참고하여 방문하자.

▶주소 : 제주 제주시 산지로 17 나동 1층

▶전화번호 : 0507-1414-8701

▶운영시간 : 11:00 – 21:00 (매주 월요일 휴무, 브레이크 15:00 - 17:00)

산지천에 위치한 ‘내음커피바’에서는 커피와 위스키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오전 8시부터 늦은 밤 10시까지 운영되고 있어 커피 또는 위스키가 생각날 때 언제든 들리기 좋다. 1층에는 주문하는 곳과 바테이블, 안쪽에는 야외테라스가 있다. ‘yes 펫존, yes 키즈존’으로 반려견과 아이가 있다면 안성맞춤이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노출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2층이 나온다. 꽃과 소품을 두어 차갑고 투박하지 않게 꾸며두었다. 2층은 ‘종이잡지클럽 제주’와 같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내음커피바를 이용하는 고객은 비치된 잡지를 시간제한 없이 볼 수 있다. 창 사이로 깊어가는 계절의 정취도 느껴보자.

메뉴는 브루잉커피, 에스프레소, 싱글몰트 위스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브루잉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면 제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쪼르르 내려오는 소리와 커피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방문해도 부족함이 없을 공간이다. 

▶주소 : 제주 제주시 산지로 17 나동 1,2층

▶전화번호 : 0507-1386-8597

▶운영시간 : 08:00 – 22:00 (라스트오더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