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 JEJU

제주에는 천 년 이상의 시간을 간직한 밭담길이 있다. 인기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으로도 등장하는 밭담은 제주의 거센 바람을 막아 작물을 보호하는 놀라운 건축 기술을 보여준다. 모든 밭담을 이으면 약 2만 2천km에 달할 만큼 장대하며, 검은 돌들이 끝없이 이어진 모습 때문에 '흑룡만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독창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금, 걷기 좋은 계절 가을에 제주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대표 밭담길 8곳을 만나보자.

제주 돌담과 농촌의 문화, 환경을 체험하며 지역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구좌읍의 밭담길은 제주의 진솔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구좌읍 밭담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진빌레 밭담길과 감수굴 밭담길이 있다.

‘진빌레'는 암반이 길게 이어져 있다는 제주 토박이말로, 이름처럼 단단한 돌을 깨서 밭을 일구고 밭담을 쌓아온 농부들의 땀과 노고를 느낄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비 올 때 물길을 나누거나,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도록 돌을 쌓아 둔 '머들'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공동체 문화도 엿볼 수 있다.

1.5km 길이로 가볍게 걷기 좋은 감수굴 밭담길은 ‘물맛이 좋다’ 하여 ‘감수’라 불리던 귀한 우물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물은 인근 주민들까지도 관혼상제에 정화수로 쓸 만큼 귀한 물이었다.  마을 안길로 이어지는 밭담과 예쁘게 가꾼 집들, 제주 전통 초가집 등 고즈넉하면서도 옛 정취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진빌레 밭담길

▶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1400-14

▶ 거리: 2.5km (도보 이동 시 약 40분)

▶ 경로: 제주밭담테마공원 – 진빌레 전망대 – 제주당처물동굴

감수굴 밭담길

▶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평대7길 34

▶ 거리: 1.5km (도보 이동 시 약 30분)

▶ 경로: 평대리 중동회관 – 혹하루방 초가집 – 감수굴

제주 성산읍에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아름다운 밭담길들이 있다. 농어촌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신풍리의 어멍아방 밭담길과 아름다운 귤밭 풍경이 인상적인 난산리의 난미 밭담길이 그곳이다.

어멍아방 밭담길은 신풍리와 하천리의 경계를 이루는 천미천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검은 현무암 돌담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마을 전체를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다. '새롭고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신풍리의 뜻처럼 전통문화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풍경은 덤이다.

난미 밭담길은 '난초처럼 아름다운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해발 50여 미터, 한라산이 내려다보일 만큼 높은 지대에 자리한 난산리는 예로부터 토질이 좋아 귤 농사가 발달한 곳이다. 이승익 시인의 성산십경 중 제4경인 ‘난산귤림(蘭山橘林)’이 바로 이곳이다. 아름다운 귤밭과 소담한 밭담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다. 다른 지역보다 밭담이 더 높은데, 이는 소나 말이 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난미 밭담길 사진출처 ©제주밭담 홈페이지)

어멍아방 밭담길

▶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하동로 37

▶ 거리: 3.2km (도보 이동 시 약 50분)

▶ 경로: 성산청소년수련원 – 신풍 보건진료소 – 어멍아방 밭담-SHOP

난미밭담길

▶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로 39

▶ 거리: 2.8km (도보 이동 시 약 45분)

▶ 경로: 난산리사무소 – 장수마을사업장 – 면의모루 – 서당골 – 난산리보건진료소/난산리 경로당

제주 애월읍에는 마을의 특별한 이야기와 역사를 담고 있는 밭담길이 있다. 아름다운 호수와 산이 있는 수산리의 물메 밭담길과 제주 4.3 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어음리의 공세미 밭담길이 주인공이다.

'물메'라는 옛 이름처럼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 수산리는 400여 년 전 수산리가 생길 때 뜰 안에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호목 곰솔이 있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441 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물메 밭담길은 다른 밭담길과는 조금 다른 풍경을 자랑한다. 길을 걷는 내내 돌담과 어우러진 128개의 시비(詩碑)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산마을에 세워진 시비의 개수는 모두 128개인데, 여기에는 시인 104명의 시가 새겨져 있다.

어음리는 4.3 사건 당시 주민들이 마을을 재건하며 쌓은 방어 유적 머흘왓성이 남아있는 역사 깊은 마을이다. 현재는 300여 명의 주민들이 밭농사를 하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곳이다. 또한 400년이 넘은 수용거리 팽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는 마을 주민들의 쉼터이자 여름 피서 명당 역할을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바위틈에서 샘물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된 공세미 밭담길에서는 농사를 위해 쌓아 올린 밭담의 원형인 '잣담'과 돌무더기 '머들'을 볼 수 있다. 

물메 밭담길

▶ 주소: 제주 제주시 애월읍 하소로 157 

▶ 거리: 3.3km (도보 이동 시 약 52분)

▶ 경로: 물메초등학교 – 수산리복지회관 – 수산마트 – 신선감귤선과장

공세미 밭담길

▶ 주소: 제주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3648-1

▶ 거리: 3.7km (도보 이동 시 약 55분)

▶ 경로: 본향당 – 공세미 – 뒷세미 

동명리의 수류촌 밭담길은 명월성과 옹포천으로 둘러싸인 코스로, 제주의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명월성은 조선 중기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이며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29호로 지정되었다. 맑은 물이 풍부하게 흐르는 명당에 위치해 있어 황룡사, 천불사, 극락사 세 개의 사찰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수류촌 밭담길은 중간중간 볼거리가 많아 1시간 이상 느긋하게 걷는 것을 추천한다.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동명리 마을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게 되는데,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비양도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제주 바람의 여신 영등할망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마을, 귀덕에는 다양한 형태의 밭담을 만날 수 있는 영등할망 밭담길이 있다. 담은 쌓는 방식에 따라 외담, 접담, 잡굼담 등으로 나뉘는데, 이곳에서는 돌을 견고하게 쌓아 올린 잣담이 많다. 이 잣담 위로 길을 내어 농사를 짓는 이웃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잣질(잣길)인데, 이러한 배려 덕분에 귀덕마을은 '잣질동네'라고도 불린다.

(영등할망 밭담길 사진출처 ©제주밭담 홈페이지)

수류촌 밭담길

▶ 주소: 제주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 진근동

▶ 거리: 3.3km (도보 이동 시 약 52분)

▶ 경로: 개명물 – 명월성지 – 남문동 마을기업 – 한천동 마을기업

영등할망 밭담길

▶ 주소: 제주 제주시 한림읍 귀덕로 97-2

▶ 거리: 4km (도보 이동 시 약 60분)

▶ 경로: 귀덕1리사무소 – 중동농산물집하장 – 귀덕1리 향사 – 제주 에코그린리조트 

* 밭담길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제주밭담’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자.

: http://www.jejubatdam.com/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