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집과 마을이 모두 불탄 뒤, 살아남기 위해 비좁은 굴에서 생활하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먹먹했습니다. 제주도만의 색을 담은 자연 속에서 비록 현재 들어갈 순 없지만 꿋꿋하게 자리하고 있는 참혹한 현장을 몸소 느꼈습니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그 햇살이 비추는 작은 풀 하나. 이것은 그 당시 희생되었던 분들의 영혼이 비로소 자유를 맞은 제주에 머무르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제주4.3평화공원은 제주4.3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반드시 가봐야 할 장소인 것 같습니다. 공원 자체가 정말 넓고 잘 되어있고, 4.3을 모르는 사람이 와도 잘 즐기다가 4.3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3을 아는 사람이 이 공원을 방문한다면 그 의미가 두 배, 세 배는 더 와닿는 장소입니다.
4.3사태로 중산간에서 내려와야 했던 사연.. 집과 마을이 불타고 먹을것이 없을때, 할머니의 작은아버지가 관덕정 주변에 살기에 내려와 피신 생활했던 기억.. 아버지의 아버지가 실종됨으로 모진 고초를 받아야 했던 나의 할머니 사연.. 그리고 제주를 떠나 꼭 살아남아야 한다고, 육지로 아버지를 보내신 할머니의 모정.....
부친 마음속에 꼭꼭숨겨뒀던 제주에서의 한과 사연을... 올해 4월.. 관덕정 주변을 부친과 거닐며.. 듣게 되었다..
나에겐 하멜표류기에서의 이원진 제주목사 이야기를 통해 상상했던 제주 관덕정... 관덕정 처마를 잘라버린 일본군 이야기를 신문기사를 통해 들었던게 다였는데.....